▲ 화성시청 전경사진
(뉴스인020 = 김성길 기자) 지난 8월 14일 화성시청 시장실 안쪽 정책실에서 벌어진 사건은 단순한 언행 논란이 아니라 행정권력이 시민과 언론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시민을 대표해 목소리를 내야 할 대변인이 거친 욕설을 퍼붓고, 이를 제지해야 할 부시장은 무표정하게 방관한 장면이 목격되면서 지역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그날 언론사 관계자가 정책실장을 면담하기 위해 시청을 찾았을 때, 자리에 있던 이는 손훈기 정책실장이 아니라 조승현 대변인과 직원 6여 명이었다. 조 대변인은 입구에 들어선 언론인을 향해 다짜고짜 “야 이새끼야 나가”, “병신새끼니까 들어먹지 않지” 등 원색적인 욕설을 쏟아냈다. 이어 “형사소송하고 있잖아 새꺄”라며 협박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현장에는 조승문 부시장이 함께 있었지만 상황을 제지하기는커녕 무표정한 채 자리를 떴다.
사건은 언어적 모욕에서 그치지 않았다. 조 대변인은 청원경찰을 동원해 언론사 대표를 정책실 밖으로 강제로 끌어냈다. 이는 언론의 자유와 취재 활동을 보장해야 할 지방정부가 오히려 물리력을 행사해 언론인을 배제한 것으로, 민주사회와 지방자치의 기본 가치를 정면으로 거스른 행위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문제는 이번 일이 돌발적 행동이 아니라는 점이다. 조 대변인은 지난 7월에도 보도자료를 통해 일부 언론을 ‘사이비 언론’으로 규정하고, 고문변호인단을 통한 형사·민사 소송을 예고했다. 언론중재 절차나 사실 확인 과정 없이 곧바로 법적 대응을 내세운 것은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언론 자유와 상생 기조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조 대변인의 이력 또한 논란을 더한다. 그는 금천구 지역을 기반으로 한 유튜브 채널에서 정치적 편향과 조롱, 비방을 일삼았고, 블로그와 영상에는 시민들의 비판 댓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 인물이 100만 대도시 화성의 대변인으로 임명된 과정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승문 부시장의 책임도 무겁다. 시 행정을 총괄하는 2인자가 공식 공간에서 벌어진 폭언과 언론인 퇴출을 방관한 것은 사실상 묵인·동조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내부 견제와 자정 기능이 마비됐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행정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
화성시의 위상은 권력의 과시에서 나오지 않는다. 시민과의 신뢰 속에서 구축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시가 권위주의의 벽을 높이고 시민과 언론을 적으로 돌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 대변인과 부시장의 행태는 단순한 개인 일탈을 넘어 시정 전반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훼손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지역 언론계와 시민사회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변인의 폭언과 부시장의 방관은 화성시 행정의 품격을 스스로 무너뜨린 행위”라며 두 사람의 즉각 해임과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또 “명예훼손과 모욕죄로 형사고소해야 한다”며 공직자로서 자격을 문제 삼았다.
이제 공은 정명근 화성시장에게 넘어갔다. 특례시라는 간판은 시민을 존중할 때만 가치가 있다. 정 시장은 시민 위에 군림하는 권위주의를 끝내고, 화성을 시민의 도시로 되돌려 놓을 책임이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한 단호한 결단 없이는 행정의 신뢰 회복은 요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