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020 = 김성길 기자) 서울공예박물관이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불교 자수공예 특별전 '염원을 담아 – 실로 새겨 부처에 이르다'를 5월 2일~7월 27일까지 전시1동 3층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다.
5월 2일 14시에 개최되는 전시 개막식에는 오세훈 서울시장, 최응천 국가유산청장,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 한국불교태고종 총무원장 상진스님 등 관계자들이 참석하여 자리를 빛낼 예정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1978년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출품 이후 47년간 공개되지 않았던 보물 ‘자수 가사’가 5년간의 복원작업을 마치고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된다. 서울공예박물관이 고(故) 허동화(1926~2018, 前 한국박물관협회 회장, 한국자수박물관장)로부터 2018년 기증받은 보물 '자수 가사'를 국립문화유산연구원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와 함께 복원했다. 이를 계기로 우리 문화 속에 깊숙이 자리해 온 ‘불교 공예 유산’을 다면적으로 조명하기 위해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가사(袈裟)는 삼국시대 때 우리나라에 전래됐으며, 불교 승려들이 중요한 불교 의식 때 장삼 위에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겨드랑이 밑으로 걸쳐 입는 법의(法衣)를 말한다. 수행자에게는 깨달음과 해탈을 향한 결심의 옷이고, 제작자에게는 공덕을 쌓는 옷이며, 이를 바라보는 중생에게는 부처의 가르침을 전하는 신앙의 상징이다.
보물 '자수가사'는 19세기에 제작된 유물로 삼보(三寶), 즉 부처와 보살, 불교 경전, 부처의 제자인 존자들의 모습이 섬세하게 수놓아진 가사다. 현존하는 가사 중 화면 전체에 ‘삼보’의 이미지가 오색실과 다채로운 자수 기법으로 묘사된 유일한 유물로 1979년 보물로 지정됐다.
이외에도 전국 주요 사찰에서 소중히 보관해 온 고려에서 근현대에 이르는 큰 스님들의 가사와 초상화, 왕실 발원 불교 자수 작품 등 총 38건 55점의 유물을 선보인다. 전시 작품 중 61%에 해당하는 23건 29점이 국보, 보물 등 국가 지정 문화유산으로 평소 일반인들이 접하기 어려운 귀중한 유물들이다.
선암사 소장 '삼보명 자수 가사' 등 대흥사, 수덕사, 용화사, 월정사, 청룡사, 표충사, 해인사, 화엄사 등 전국 주요 사찰들이 그동안 비공개 상태로 신성하게 모셔왔던 국가유산급 유물들이 다수 포함됐다.
특히 임진왜란 당시 선조가 서산대사와 사명대사에게 내린 가사와 장삼, 병자호란 때 승려 군대를 이끈 벽암대사에게 인조 임금이 내린 가사 등 한국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존경받는 스님들의 유물을 직접 볼 수 있다. 또한 조선 태종15년(1415)에 만들어진 ‘연당문 자수 사경보’와 같은 왕실에서 만든 자수 작품을 통해 한국 자수공예의 정수를 감상할 수 있다.
내소사에 모셔진 '연당문 자수 사경보'는 보물로 지정된 '백지묵서묘법연화경'을 덮는 보자기로, 가는 실로 봉황과 오리 등 각종 무늬를 정교하고 세밀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고려~조선 초 우리 공예의 특징인 ‘세밀가귀(細密可貴, 정교하고 세밀해 귀할 만하다)’를 잘 보여준다. 현전하는 자수 공예품 중 수작으로 손꼽혀 향후 국가유산 지정이 기대되는 유물이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유물 전시를 넘어 삼국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승려 장인들을 통해 약 1,500년간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 온 ‘가사 작법(作法)’의 무형유산적 가치도 집중 조명한다. 스님들이 전시 영상 제작에 직접 참여해 가사의 상징적 의미와 제작 전통을 직접 설명하기도 한다. 또한 현대 승려 장인들이 직접 제작한 가사는 유리 전시관 없이 가까이서 직접 관람할 수 있다.
전시 영상에는 조계종 가사원 도편수 무상스님, 성오·명천스님, 태고종 전통가사연구원장 지상스님 등이 참여했다.
한편 서울공예박물관은 전시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와 관심을 높일 수 있도록 전시연계 특별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보물 ‘자수 가사’ 속 부처님과 보살의 모습을 바느질한 ‘풍경’ 만들기(5월), ‘나만의 연등’ 만들기(6월), ‘나만의 북커버’ 만들기(7월)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오는 5월 17일에는 함양의 산골 암자에서 30년 넘게 가사, 불상 등을 만들어온 명천 스님의 ‘가사 제작 이야기’ 강연회도 열린다. 참여를 원하는 시민 누구나 서울공예박물관 누리집을 통해 사전 신청하면 된다.
같은 기간 전시 1동 로비와 야외마당에서는 '빛을 띄워 마음을 밝히다' 전시도 열려 두 전시를 함께 관람할 수 있다. 서울공예박물관과 대한불교조계종 연등회보존위원회가 연등회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 5주년을 기념해 공동 기획한 전시다. 연등회의 역사와 현대적 발전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
마채숙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이번 전시는 삼국시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우리나라 불교 자수공예의 최고 수준을 보여주는 역사적인 전시다. 특히 47년간 공개되지 않았던 보물 ‘자수 가사’와 서산대사, 사명대사 등 역사 속 위대한 스님들의 유물을 직접 볼수 있는 매우 귀한 기회”라며 “많은 분들이 전시를 찾으셔서 1,5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어져 온 한국 불교 공예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직접 느끼고, 우리의 찬란한 문화유산을 가까이서 만나는 소중한 시간을 가지시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