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의 아침, 피켓 든 “명성철” 한 시민과 거리에서 만난 연대

“그는 혼자였지만 혼자가 아니었다”
"경적·격려·핫팩으로 이어진 시민 반응 속출"

▲ "명성철" 영하의 찬바람 속에서도 피켓든 남자   

 

(뉴스인020 = 김성길 기자) 지난 1월 28일 아침, 보령시 다이소 사거리 한복판에 선 시민 명성철은 영하의 찬바람 속에서도 피켓을 내려놓지 않았다.

 

그의 손에 들린 피켓에는 “공천 뇌물 범죄” “특검 거부는 자백”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메시지였다. 명성철은 전날인 27일에 이어 이틀째 같은 자리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갔다.

 

명성철의 움직임은 분주했다. 신호를 기다리는 차량을 향해 몸을 돌리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 쪽으로 다시 방향을 틀었다. 피켓을 높이 들었다가 앞으로 내밀고, 앞뒤로 흔들며 한 사람이라도 더 메시지를 보게 하려 했다. 혼자였지만 결코 멈춰 서 있지 않았다.

 

거리의 반응은 빠르게 돌아왔다. 맞은편 차로에서 경적이 울렸다. 짧았지만 분명한 응원의 신호였다. 고개를 끄덕이는 보행자, 엄지를 치켜드는 운전자, “힘내세요”를 외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지나가던 한 시민은 발걸음을 멈추고 명성철을 바라봤다. “그거 말 듣는것 맞아유? 눈 하나 꿈쩍 안 하는디… 그래도 고생하셔유.”동의와 안타까움이 섞인 말이었다. 잠시 뒤 한 차량이 속도를 줄이며 창문을 내렸다. “수고하십니다! 파이팅!” 운전자는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신호등을 건너던 젊은 청년은 명성철의 어깨를 가볍게 주무르며 말했다. “건강 챙기면서 하세요.”말은 짧았지만 뜻은 분명했다.

 

또 다른 시민은 말없이 가방을 열어 핫팩을 꺼냈다. 차가운 손에 쥐여준 핫팩 하나가 명성철의 1인 시위를 ‘혼자의 행동’에서 ‘함께하는 장면’으로 바꿔 놓았다.

 

1인 시위는 본래 고독하다. 조직도 없고, 구호를 함께 외칠 사람도 없다. 명성철 역시 피켓 하나와 자신의 판단만으로 그 자리에 섰다. 그러나 이날 보령의 거리에서 그의 시위는 고립으로 보이지 않았다.

 

시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응답했다. 경적으로, 눈빛으로, 말로, 그리고 핫팩으로. 짧은 교감이었지만 반복됐다.

 

정치는 멀리 있지 않았다. 국회나 당사 안이 아니라, 보령시 다이소 사거리 신호등 앞에 있었다. 횡단보도 위에서, 피켓을 든 명성철과 그에게 응답한 시민들 사이에서 민주주의는 작게 그러나 분명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명성철은 혼자 서 있었지만, 그날 아침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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